늦가을비와 낙엽 밟으며
|
늦 가을비와 낙엽 밟으며
늦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도롯가에 늘어선 은행나무의 이파리가 숨죽이고 찬비를 맞고 있다 굉음 지르던 차량의 매연 속에서 봄을 보내고 한여름 더위를 이기고 때마다 불어오던 바람에 마음 달래던 푸른 잎 세파를 잊고 수행에 든 모습이다 졸음 오는 머리에 내려치는 죽비를 맞듯 빗방울이 부딪힐 때마다 가늘게 떠는 이파리 끝에 벌써 노란 물이 들어 있다
오늘처럼 내리는 가을비가 서너 차례 지나가면 낙엽 되어 무심한 발길에 밟힐 운명 아닌가 언젠가부터 도로에 뒹구는 노란 낙엽을 볼 때마다 꼭 내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해 가슴이 아프다 철없던 푸른 청춘에 무엇을 마다했나 계절풍에 몸 맡기고 한없이 영혼을 하늘 높이 날리며 깔깔대지 않았나
봄날 풋사과 꽃 같았던 단발머리 소녀의 손을 붙잡고 자유공원 홍예문 아래 거닐 때 언덕을 타고 넘어오던 훈훈한 남실바람에 두근대던 가슴 한여름 무르익은 살 내음 풍기던 여인의 허리에 손을 감고 부두가 벤치에 앉아 석양을 보며 시원하게 불어오던 마파람에 밤을 기다리던 야릇했던 마음 코스모스 가득하게 핀 저수지의 둑길에서 지난날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던 날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뜨리던 하늬바람의 선선했던 느낌 이젠 다 지나간 시간 속에 묻혀 기억의 끈마저 마른 수맥 되어 끊어지고 있다
그렇게 낙엽은 황혼의 모습이다 돌아보라 너무도 아름다웠던 세월 아니었나 이처럼 쏜살같이 흐를 줄 알았다면 맺었던 인연마다 아픔을 주지 말았어야 할 것을 아니 맺지 못할 인연을 억지로 잡으려 말 것을 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점점 높아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추억에 빠져드는 애절한 몸짓이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황홀했던 순간들 이 바람 저 바람 마다치 않고 품에 안고 흔들어 대며 지르던 절정의 외마디 저 은행잎도 그랬을 것이다 싱싱하던 핏줄에 넘쳐나던 활기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돌아가지 못할 길목에서 고독하게 뒹굴며 이제 낙엽은 꿈을 꿀 것이다 꿈결에 혹 그녀와 누워있을 지 모른다 바삭 부서져 내리는 쾌감 그 잊고 있던 외마디 지르며...
안았던 인연을 보내야 할 아픔
맞댄 가슴에서 뛰던 기억
적막한 침묵 |
'최승렬의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좋은 말로 나를 다스린다 (0) | 2013.12.17 |
|---|---|
| 남자의 깊은 사랑 (0) | 2013.12.16 |
| 그리운 아버지께 (0) | 2013.12.07 |
| 12월 마지막 달력을 보며 사랑하는 친구에게....... (0) | 2013.12.07 |
| 아버지의 아름다운 얼굴 (0) | 2013.12.06 |